진리를 쫓는 자들 (2편)
나눌 수 없는 비명 — 히파수스, 바다로 던져진 진리
손끝이 젖어 있었다.
히파수스는 그것이 땀인지 이슬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흙판 위에 선을 그었다. 선은 단순했다. 가로로 한 뼘. 세로로 한 뼘. 두 선이 직각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그는 잠시 손을 멈췄다. 밤이었다. 지중해의 바람이 낮게 불었다. 신전의 기둥 사이로 별빛이 새어 들어왔으나 그의 눈은 흙판 위 그 작은 삼각형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빗변.
그것의 길이를 구하는 일은 쉬웠다. 스승 피타고라스가 남긴 정리를 적용하면 그만이었다. 1의 제곱과 1의 제곱을 더하면 2. 그러므로 빗변의 제곱은 2. 그러므로 빗변의 길이는 제곱해서 2가 되는 수.
히파수스는 그 수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어딘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1과 2 사이 어딘가에. 아니면 조금 더 정교한 분수의 형태로. 3을 2로 나누거나, 7을 5로 나누거나. 그런 식으로. 스승은 늘 말했다. 만물은 수다. 그리고 수는 정수와 그것들의 비율로 이루어진다. 세상은 그 법칙 안에서 조화롭게 진동하고 있다. 현의 길이도, 별의 운행도, 인간의 심장 박동도.
그러나 빗변의 길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1.4. 제곱하면 1.96. 부족했다.
1.5. 제곱하면 2.25. 넘쳤다.
1.41. 1.42. 1.414. 1.4142.
숫자는 2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닿지 않았다. 도망쳤다. 소수점 아래로, 더 아래로, 끝없이 아래로. 히파수스는 사흘 밤을 그렇게 보냈다. 손가락이 굳었다. 눈이 충혈되었다. 그러나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무언가가 그의 등뒤에서 그를 밀고 있었다. 공포인지 호기심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나흘째 되던 새벽, 히파수스는 마침내 손을 놓았다.
그것은 없었다. 제곱해서 정확히 2가 되는 수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정수도 아니었고, 정수들의 비율도 아니었다. 그것은 분수의 형태로 표현될 수 없는 수였다. 영원히 끝나지 않고, 영원히 반복되지 않으며, 소수점 아래로 무한히 이어지는 수.
히파수스는 오래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알았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스승의 세계에 난 균열이었다. 만물이 정수의 비율로 이루어져 있다면, 한 뼘짜리 정사각형의 대각선은 왜 존재할 수 없는 수를 갖는가. 가장 단순한 도형이, 가장 기초적인 질문이, 스승의 우주 전체를 흔들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리이기 때문에. 그것이 공동체의 믿음을 무너뜨린다 해도.
그것이 그의 첫 번째 실수였다.
피타고라스는 흙판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분노도, 놀람도, 경탄도. 그저 텅 빈 평온함. 그 평온함이 히파수스를 가장 두렵게 했다. 스승 옆에는 학파의 오래된 단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히파수스를 향하지 않았다. 벽을, 천장을, 바닥을 보았다. 어디든 그를 제외한 곳을.
"이것을 어디서 얻었느냐."
스승의 목소리는 낮았다. 강물이 돌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낮았다.
"제가 직접 구했습니다. 스승님의 정리로부터."
"그렇다면 네가 틀린 것이다."
"아닙니다." 히파수스는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이 수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정수의 비율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배워온 것과 다른 종류의 수가 있는 것입니다."
긴 침묵이 흘렀다.
"만물은 수다." 스승이 말했다.
"예."
"그리고 수는 정수와 그 비율이다."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피타고라스의 눈이 처음으로 히파수스를 향했다. "네가 발견했다는 것은 수가 아니다."
히파수스는 스승의 눈을 보았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읽으려 했다. 확신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이미 알고 있으면서 부정하는 것인지.
읽을 수 없었다.
스승은 지팡이를 들어 흙판 위의 삼각형을 짓이겼다. 먼지가 피어올랐다. 작은 삼각형은 사라졌다. 그러나 그 빗변의 길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도 어딘가에 실재하고 있었다. 히파수스의 뼛속에, 이 신전의 대리석 어딘가에, 지중해의 파도 사이에.
지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눈을 감는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 것들이.
배는 달이 뜨기 전에 출발했다.
히파수스는 갑판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목이 밧줄로 묶여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바닷물 냄새가 그의 폐 속으로 들어왔다. 짜고 무거운 냄새였다. 그는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어딘가 홀가분했다. 이미 말했기 때문에. 이미 발설했기 때문에.
진리는 그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그들이 그것을 지우려 해도, 한번 내뱉어진 말은 공기 속에 남는다. 공기는 흩어지고, 흩어진 것들은 언젠가 다시 모인다. 누군가의 귀에, 누군가의 손끝에, 누군가의 흙판 위에.
그는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저 선은 직선처럼 보이지만 실은 곡선이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그리고 그 곡면 위의 모든 거리는 제곱해서 정수가 되지 않는 무수히 많은 값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세상은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의할 수 없는 것들로.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로. 말할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들로.
누군가의 발이 그의 등을 밀었다.
그는 바다로 떨어졌다.
물이 차가웠다. 갑옷처럼 무거웠다. 그의 몸을 아래로, 아래로 끌어당겼다. 그는 저항하지 않았다. 눈을 뜬 채로 침잠했다. 수면 위에서 배의 밑바닥이 천천히 멀어졌다. 달빛이 물속으로 굴절되며 흩어졌다. 그 빛의 굴절각도 어떤 정수의 비율로도 정확히 나타낼 수 없을 것이었다.
히파수스는 그 생각을 하며 웃었다.
물속에서, 잠기면서, 웃었다.
세상은 정수보다 컸다. 언제나 그랬다. 그것을 본 사람은 그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을 처음 말한 사람은
말함으로써 사라졌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그뿐이었다.
그 수는 지금도 여기 있다.
피타고라스는 홀로 배에 남아 파도 소리를 들었다.
제자의 이름을 지웠다. 그가 남긴 흙판을 부쉈다. 학파의 단원들에게 그 수를 발설하지 말라는 맹세를 다시 받았다. 그러나 밤마다, 잠들기 전, 그의 눈앞에는 그 삼각형이 떠올랐다. 가로 한 뼘, 세로 한 뼘. 그리고 그 정직하고 잔인한 빗변.
지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 수학 파트: 무리수의 발견과 피타고라스 학파의 위기
1. 사건의 배경 — 왜 √2가 문제였는가
피타고라스 학파의 신앙은 하나였습니다. "만물은 수(數)이며, 모든 수는 정수(整數)와 그 비율(분수)로 표현된다." 음악의 화음도, 천체의 운행도, 기하학의 도형도 모두 정수의 비율 안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단순한 도형,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을 구하는 순간 그 신앙은 흔들렸습니다.
피타고라스 정리에 따르면 대각선의 길이 c는 1² + 1² = c², 즉 c² = 2. 그런데 제곱해서 정확히 2가 되는 수는 어떤 정수의 비율로도 나타낼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무리수(Irrational Number)의 발견입니다.
| 구분 | 유리수 (Rational Number) | 무리수 (Irrational Number) |
|---|---|---|
| 어원 | '비율이 있는', '이성적인' | '비율이 없는', '말할 수 없는' |
| 형태 | 정수 a, b로 a/b 표현 가능 (b≠0) | 정수비로 표현 불가 |
| 소수 전개 | 유한소수 또는 순환소수 | 비순환 무한소수 |
| 예시 | 1/2, 3/4, 0.333… | √2, √3, π, e |
2. 귀류법 — 히파수스가 사용한 증명
- 가정: √2 = a/b (단, a와 b는 서로소인 정수, 즉 더 이상 약분되지 않는 분수)라고 가정한다.
- 전개: 양변을 제곱하면 2 = a²/b², 즉 a² = 2b²이므로 a²은 짝수. 따라서 a도 짝수. a = 2k로 놓으면 4k² = 2b², 즉 b² = 2k²이므로 b²도 짝수. 따라서 b도 짝수.
- 모순: a와 b가 둘 다 짝수라면 처음 가정(서로소)에 모순. 따라서 √2는 분수로 표현될 수 없다.
- 의의: 이것이 인류 최초의 귀류법(背理法, Proof by Contradiction) 사례 중 하나입니다. "가정이 참이면 모순이 생긴다, 고로 가정이 거짓이다"라는 논리 구조로 수학적 증명의 폭을 결정적으로 넓혔습니다.
3. 히파수스의 죽음 — 전설인가, 사실인가
히파수스가 실제로 바다에 수장되었는지는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전설이 수천 년간 살아남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것은 역사 속에서 반복된 하나의 패턴이기 때문입니다.
무리수(Irrational)의 어원인 라틴어 irrationalis는 '비율이 없는'이라는 수학적 의미와 동시에 '이성이 없는', '말할 수 없는'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이 숫자는 논리의 바깥에 있는 것, 즉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그것을 발설한 사람을 물에 던졌다는 전설은 단순한 잔혹함이 아니라, 알고 싶지 않은 진실 앞에서 인간이 보여온 오래된 반응입니다.
4. 무리수 발견의 수학사적 의의
무리수의 발견은 수학의 세계를 영구적으로 바꿨습니다. 정수와 분수만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그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들의 세계로 확장된 것입니다. 이후 수학자들은 수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게 됩니다.
| 수의 종류 | 포함 범위 | 예시 |
|---|---|---|
| 자연수 | 1, 2, 3, 4… | 1, 2, 100 |
| 정수 | 자연수 + 0 + 음의 정수 | -3, 0, 5 |
| 유리수 | 정수 + 정수의 비율 | 1/2, 0.75, -3 |
| 무리수 | 유리수로 표현 불가한 수 | √2, π, e |
| 실수 | 유리수 + 무리수 전체 | 수직선 위의 모든 수 |
우리가 만든 언어보다 세상이 더 넓다는 사실이었다.
√2 — 제곱하면 2, 그러나 어떤 분수로도 표현되지 않는 수.
귀류법으로 증명된 인류 최초의 '존재하지만 말할 수 없는 것'.
히파수스는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것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기 있습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A4 용지의 가로 세로 비율 안에, 건물의 대각선 안에, 컴퓨터가 픽셀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 안에. 말할 수 없다고 선언했던 수가 지금 세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그 후 천천히 무너졌습니다. 유리 성벽 안쪽의 완벽한 우주는, 균열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미 끝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지식의 속성입니다. 알게 된 것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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